[35] 카자흐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ja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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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카자흐스탄 해외한방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2007년 5월 3일부터 2007년 5월 11일까지 8박 9일에 걸쳐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에서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지역에서 실시한 의료봉사에 다녀왔습니다. 울산의 몇몇 동료한의사도 같이 참석하여 의료봉사를 하였으며 우리에게는 조금 낯 설은 나라인 카자흐스탄을 다녀보고 들은 이야기와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카자흐스탄이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도 러시아의 아래 중국의 서쪽 인도의 위쪽으로 보면 될 것이며 130여 민족이 나라를 이루고 있으며 남한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란 자유인의 의미로 카자흐스탄이란 자유인의 땅이란 의미입니다. 카자흐 민족은 수 백 년 전 러시아나 중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지 않으면서 유목생활을 하면서 넓은 초지를 유랑하면서 살던 민족으로 생김새도 몽고계와 터어키계가 섞인 느낌이며 카자흐스탄의 인구의 5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머나먼 땅이 한민족과 연관된 것은 조선시대 말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연해주 지역으로 옮겨간 한민족이 2차 대전에서 스탈린이 일본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1937년부터 중앙아시아에 대규모로 강제이주 당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제이주 당하여 현재 70주년을 맞이하였으며 카자흐스탄의 7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민족이 되어 있습니다.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에서는 이주 70주년을 맞이하는 고려인들에 대한 위문과 이주 당시 도와 준 카자흐스탄인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첫 이주지역인 우슈토베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되었으며, 봉사단을 구성하다보니 울산지역의 한의사가 주축이 되어 떠나게 되었으며, 모두들 잘 아는 사이라 협조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5월 3일 오후에 울산공항에서 출발하여 오후 5시경에 김포공항에서 이번 봉사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오후 7시경에 인천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티로 출발하였다. 알마티와 서울과는 3시간의 시차가 있다. 알마티에 도착하니 12시경으로 이정열 정부파견한의사와 통역을 맡은 고려인 김옥남 여사가 마중을 나왔다. 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마친 후 곧 바로 호텔로 이동하고 잠을 청하다.

5월 4일 아침에 일어나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식사 후에 버스로 우슈토베로 향하였다. 알마티를 벗어나니 도시의 어수선함과 지저분함은 없어지고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의 평원을 보는 듯 한 넓은 풀밭이 펼쳐 있다. 약 400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가다가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하루 종일 달렸다. 한국에서는 양귀비 한포기라도 키우면 마약사범으로 단속되는데 길가에 지천으로 깔린 것이 양귀비 꽃이다. 꽃을 처음 보는데 잎은 쑥갖처럼 생기고 꽃은 튜립을 닮았는데 너무 이쁘다. 당나라 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이름이 양귀비라고 하였는데 이름만큼 아름다운 꽃이다. 도로에 차를 멈추고 모두들 양귀비 꽃밭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는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지만 아직 완전한 포장은 되지 않아 차가 그리 빨리 달리지 못한다. 오후에 우슈토베 국립병원에 도착하여 임시진료소를 설치하였다. 본진을 5조로 나누어 1조는 입원환자를 진료하기로 하였으며, 나는 접수를 맡기로 하였다. 통역은 알마티에서 같이 온 두 분과 우슈토베의 통역 7인이 하기로 하였다. 진료소 설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방 배정을 하였다. 우슈토베에서는 제일 좋은 숙소라 하는데 방에 달랑 침대만 있기도 하고, 변기가 없기도 하고, 침대는 움직이면 삐걱거려 옆 사람 잠 깨울까 움직이기가 신경 쓰이고, 변기는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고장이 나서 그럭저럭 물을 받아 가면서 사용하고, 샤워부스가 있는 방도 샤워는 찬 물이 졸졸 나오니 결국 거의 포기하고, 저녁에 사우나가 된다고 하여 가보니 샤워기 두 개에 그중 한 개는 다른 사람이 잡아주면서 머리 감으면서 어렵게 하루는 사우나를 하였으나, 다음날부터는 그것도 사우나 담당자가 오지 않아 못하게 되었다. 이번 봉사에서는 음식은 고려인이 주인이라 먹을 만하였으나 숙소에 다 들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밤이 되어 세면기에서 양말과 속옷을 씻어 방에다 펴서 말리고 자리에 눕는다. 멀리서 번개가 친다. 어두운 창가에 번쩍이는 번갯불 그리고 빗소리 들리니 아마도 멀리에서 소나기라도 몹시 오는가보다. 갑자기 잠자리에서 타향의 쓸쓸함이 더욱 느껴지는 밤이다. 70년 전 遠東(블라디보스톡 지역)에서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의하여 기차에 실려 약 한 달간 기차를 타고 와서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 내려져 맨몸으로 첫 겨울을 맞이하여야 하였을 고려인들은 어떠하였을까 ? 겨우 하루 버스 타고 밤의 빗소리에 이렇게 마음이 스산한데...

5월 5일 진료 첫째날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만 있는 방에서 우리 방에는 그래도 세면대와 변기가 있어 단원들이 세수와 배변을 위하여 들락날락 분주하다.
오전에는 최옥남 통역과 접수를 하였다. 한국식으로는 김옥남이다. 신랑의 성이 최씨라 최옥남이다. 이름은 옥남이고 함양이 고향이며 부모님이 결혼하여 일제말에 경상도 사람들의 집단적인 사할린 이주 때 이주하여 태어난 사할린 출신이며 카자흐 한국어신문사에서 근무하기 위하여 카자흐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매들이 한국에 살고 있어 얼마 후에는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계획이라고 한다. 찾아갈 형제가 있어 그래도 다행이다. 통역 중에서는 한국어를 제일 유창하게 하고 60이 다 된 나이에도 동시통역을 거의 완벽하게 한다.
오후에는 통역을 한올가와 같이 하였다. 여기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름으로 남편의 성이 한씨이고 이름이 올가이다. 올가는 60대의 아주머니로 평양출신이다. 해방이 되면서 소련군을 따라 부친이 평양을 들어갔고 평양사범대학의 학장을 지낸 엘리트 집안의 딸로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나오고 지금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첫날 진료가 토요일이고 내일도 일요일이고 모레는 승전기념일이란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많이 바쁘지 않은 진료를 하였다. 여기는 주 5일제가 확실히 지켜지기에 토요일 일요일은 대부분이 휴식을 취한단다.
과거 러시아에서 교육받았기에 소련정권에서는 카자흐스탄에서도 그리 힘들게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카자흐스탄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하였기에 카자흐 언어를 배워야 하고 카자흐 민족적 경향을 띠기에 나이든 분들은 다시 카자흐 언어를 배우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권력에서부터도 서서히 멀어져가는 추세인 것 같아 보였다. 카자흐의 정치적 문화적 독립국으로 향함이 마치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일제의 잔재를 없애려고 노력하였던 것처럼 카자흐에서도 시도되고 있었다.
카자흐 언어가 있었어도 수련정권하에서는 러시아어가 공용어이었기에 마치 일제시대 일본어가 국어였듯이 이 나라도 러시아어가 국어였다가 지금은 카자흐스탄어를 국어로 사용한다. 마치 우리가 한국어를 국어로 바꾸었듯이.... 나도 러시아어가 공용어인 그저 별 볼일 없는 러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로만 생각하였지 않았는가?

5월 6일 진료 둘째 날 평소 하든 데로 모두들 열심히 진료를 하고 마치다. 저녁식사시간에는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고 식당 종업원과 같이 농담도 하고 식사 후에는 식당에서 잠시 어울려 춤도 출 정도가 되었다. 외국에 가면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서로 호기심을 많이 가지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 그것이 관심의 시작이고 관심을 가지다 사랑하게 되는 것이리라. 저녁에 사우나 담당자가 사우나 된다고 하여 그 말 믿고 기다리다 결국 밤중에 졸졸 흐르는 물에 겨우 머리감고 몸을 씻다. 물을 조금씩 나와도 샤워 부스 바닥이 양철로 되어 하도 시끄러워 룸메이트에게 얼마나 미안하였는지..
팔목시계는 두 세상의 시간을 가리킨다. 한 세상은 다음 세상보다 3시간이 늦다. 한 팔뚝에서 돌아가는 두 세상을 나는 한사람이 존재한다. 아직은 한국에서도 나는 존재하고 카자흐스탄에서도 존재한다. 현재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이 죽음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와 같이 또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삶을 죽은 후에 또 살고 있다고 말한 부처의 말이 틀리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5월 7일 진료 3일째 오늘은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숙소로 왔다. 걸어오면서 동네 구경도 하고, 시장 구경도 하고, 우슈토베 역도 구경하고, 공원도 들렀다. 공원에는 고려인들이 만들어 놓은 기념탑이 있다. 삼각뿔로 된 탑은 한 귀퉁이가 약간 떨어져 만들어져 있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고려인을 상징하는 것이란다.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동상도 공원에는 아직 있었다. 생각과 방법과 언어는 달라도 세상 사람이 풀고자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는 자신과 이웃의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것일 것이다.
환자 거의 대부분이 고혈압, 갑상선 질환, 근골계 질환이다. 유달리 고혈압이 많다. 육식을 즐기는 음식문제인지, 정신적인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며칠 만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현지 의료가 점차 발전하길 기대할 수 밖에...

5월 8일 진료 마지막 날 접수에서 도와준 현지인 갈리아, 라이샤, 바흐트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전체적으로 단체 사진도 찍고 마무리를 하다. 진료소를 정리하고 철수하여 숙소에서 병원관계자를 모시고 저녁만찬을 하고 다시 숙소에 모여 이번 봉사에 대한 평가회의를 하고 각자 편안한 마음으로 보드카를 마시거나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다 잠을 자다.

5월9일 아침에 우슈토베를 출발하여 다시 알마티로 하루 종일 버스로 이동하다. 알마티 근처에 있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온천에서 온천을 하고 하루 밤을 푹 자고 쉬다. 천산산맥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유황온천으로 피로를 풀기에는 적당하였다.

5월10일 아침에 일어나 이정열 단원이 근무하는 한카병원(한국 카자흐스탄 협력병원)을 방문하고, 알마티의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천산산맥의 한 봉우리를 리프터를 타고 올라가 구경하였다. 산꼭데기에 올라가니 아래에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는데 위에 가니 마칠 시간이 다 되었으니 빨리 내려가란다. 처음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카자흐 말로 시끄럽더니 통역이 국회에 온 손님이라고 거짓말을 하니 그만 설명까지 하면서 고분고분하다. 어디든 권력은 무서운가 보다. 저녁은 대사관저에서 대사초청 저녁식사를 하고 밤 9시경에 출국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르다. 특히 대사관에서 카자흐스탄의 한국어 안내책자는 진료만 하다가 떠나는 우리에게 카자흐스탄의 많은 정보를 보충시켜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니 11일 아침이다. 그동안 씻지 못한 몸을 이끌고 모두 인천공항 지하의 사우나에 가서 깨끗이 몸을 씻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하여 간단히 점심요기를 하고 울산공항에 도착하니 모두 기다리는 가족 품과 평소 생활로 되돌아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업무 이야기들....

짧은 기간의 의료봉사로 카자흐스탄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 안타까움을 남기며 그동안 같이 수고하신 단원과 단원의 활동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또한 이제 독립하여 발전하려는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우호관계도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내 개인적으로는 진료실을 비우며 또 다른 한 삶을 살아보는 기회를 주신 환자 여러분과 친지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